초겨울의 쌀쌀한 공기가 피부에 닿을 때면 이상하게도 부모님 생각이 더 많이 납니다. 찬 바람이 불고 옷깃을 열 때마다 어린 시절 두꺼운 외투를 입혀 주셨던 부모님의 손길이 생각납니다. 늘 내가 추울까봐 걱정해주시던 그 모습, 내 손을 꼭 잡고 “춥지 않냐”고 묻는 따뜻한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해요. 아직도 귀에 맴돌고 있어요.
이맘때는 부모님과 함께했던 시간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특히 초겨울 저녁 난로 옆에 앉아 가족들과 군고구마를 나눠 먹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손바닥에 온기가 느껴질 때마다 부모님의 웃음소리와 따뜻한 말씀이 제 마음을 녹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소리도, 그 따뜻함도 내 옆에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마음을 아프게 한다.
어렸을 때 나는 이런 일상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머니가 정성껏 끓여주시는 따뜻한 국물, 아버지가 함께 눈길을 걸으며 들려주시는 이야기들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그 소중함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부모님이 함께 계시지 않다는 사실이 차가운 겨울바람처럼 내 마음속 깊은 곳까지 스며듭니다. 추억으로만 남는 순간들이 너무 슬프고 마음이 아프네요.
초겨울 아침 창밖을 내다보면 가지가 앙상한 나무들이 보인다. 푸른 잎이 다 떨어지고 나면 나무는 더욱 쓸쓸해 보이지만 여전히 서 있다. 부모님이 내 삶에 남긴 흔적이 이 나무처럼 아직 내 안에 남아 있는 것 같아요. 부모님의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나무뿌리처럼 묵묵히 나를 지탱해주는 것 같아요. 요즘 같은 초겨울 밤이면 부모님에게서 들었던 이야기가 자주 생각납니다. 생활이 힘들 때마다 어머니는 “겨울이 깊어질수록 봄은 가까워진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아버지는 “바람이 차가울수록 더 굳건히 서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삶의 무게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셨습니다. 그 말은 아직도 나에게 내 삶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힘을 줍니다. 부모님이 나에게 남겨주신 사랑은 내 삶의 구석구석에 묻혀있습니다. 아침 일찍 창문을 열고 겨울 공기를 들이마실 때, 길가에 핀 들꽃을 바라볼 때, 바쁜 일상에 문득 멈춰 섰을 때, 그 흔적을 느낀다. 부모님이 내 곁에 계십니다. 그리움 속에서도 내가 그분들의 가르침에 따라 내 삶을 구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위로가 됩니다.
초겨울밤이 깊어가는 가운데 부모님에게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너무 보고 싶어요. 추운 날에도 따뜻한 마음으로 나를 키워주신 사랑을 잊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당신이 나에게 주신 모든 것을 가슴 속에 품고 살고 있습니다. 제가 외로울 때나 힘들 때마다, 여러분이 주신 사랑이 제 마음 속에 저를 둘러쌉니다. “언젠가 다시 만날 때까지 나는 당신의 딸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겠습니다.”
초겨울의 찬 공기에 그리움이 더욱 강해지지만, 부모님의 따뜻함을 떠올리며 오늘을 살아갑니다. 다시 손을 잡을 수 있는 날을 꿈꾸며 이 그리움을 가슴 깊이 새깁니다.